오전 11시.
오늘도 히치하이킹을 하기 위해
게스트하우스에서 나오자 마자 도시를 벗어나는 버스를 찾아 다녔다
주변 사람들에게 물어 버스를 찾고있는데 한 아저씨가 교통편이 마땅찮다며
옆에 있던 릭샤 기사를 불러 딜을 해주었고
우린 도시외곽까지 100루피에 갈 수 있었다.
도시외곽으로 나온 우리는 근처 스위트가게에서 아침을 떼우고
바로 히칭에 나섰다
오늘은 도로의 폭이 좁고 다니는 차도 많지 않아 약간 어려움을 격었는데
그러던 중 반대방향으로 가던 한대의 차가 차를 돌려 우리에게 왔다.
운전중이던 아저씨는 어디가는길이냐 물었고 자이뿌르 방향으로 간다고 하자
일단 타라고 했다
아저씨..라고 생각했는데 사진의 왼쪽 사람이 28살, 오른쪽 사람이 31살이라고 했다.
인도사람들의 나이는 정말 가늠이 안된다 ㅋㅋㅋ
왼쪽사람은 우리에게 성관계시 지속시간이 얼마나되냐는 등 야한얘기를 계속 했고
거기에 관련된 웃긴 해프닝도 생겼다 ㅋㅋ
우리는 30분도 채 되지 않아 한 작은마을에 내렸다.
고맙단 인사를 하고 헤어진 우리는 다시 마을밖으로 걸어나와 히칭을 시도했고
승합차 한 대에 탈 수 있었다
자신을 팔리(조드뿌르 근처 도시)의 정치인이라고 소개한 이 아저씨는
딱 봐도 보통 이상의 재산은 있는 사람 같았다.
그런데 정치인 포스터를 보며 자신의 친척이라 말하고 대통령을 만나서 자기가
무언가를 요구했었다는 둥
갈수록 말도 안되는 말들을 하는걸 보아 정치인이라는것이 거짓말이라는걸 알 수 있었다.
우리가 차에 탄지 한 시간쯤 되었을 때는
"내가 운영중인 고아원이 있는데 니들 자이뿌르까지 버스 타고가면
적어도 몇 백루피 아니냐, 1인당 100루피씩만 기부했으면 좋겠다. 혹시 생각있으면"
이라며 돈을 요구했다.
말이 "니들이 원하면" 이지, 100루피씩 내라는 것과 다름 없었다.
앞에 앉아있어서 주로 대화를 나눴던 샘은 벙찐 표정으로 알겠다고 했고
몇 시간에 걸쳐 자이뿌르에 도착한 우리는 샘의 배탈을 핑계로 아무데나 빨리 세워달라고 했다.
차가 멈추자 마자 샘은 작별인사를 대충 한 뒤 먼저 내려 뒤쪽으로 걸어 갔고
그 아저씨는 차에서 내리는 샘을 보며 "조금 .." 이라며 아까 말한 100루피씩을 원하는 듯 했다.
우리도 차에서 바로 내린 뒤 샘을 불렀고
샘은 못들은 척을 하며 심각한 표정으로 계속 도망가기 바빴다.
나중에 그 사람으로부터 멀어진 뒤 한 골목으로 들어간
샘은
"돈 요구하니까 일부러 배탈난 척 했다"
며 일부러 내리고, 일부러 못들은 척 했다는걸 설명했다
물론 나도 돈을 낼 생각은 없었지만 내 생각에
그 아저씨는
히치 하이킹을 시도하는 우릴 태우고 나니
먼 거리를 이동하는데 기름값이나 보탬 받자는 생각에 욕심이 났을 것이고
어차피 안볼 사람들이란 생각에 말이라도 던진 걸로 보이는데
샘은 그 이상으로 판단하고 심각하게 생각하는 듯 했다.
그 아저씨의 요구가 강하지 않았을 뿐더러
결과적으로 그 아저씨는 우리가 뒤쪽으로 사라지자 마자 금새 포기한 채로
차를 출발시켰다.
샘에겐 이런 여행이 자기의 일상이니 극도로 경계한 것일 수 도 있겠지만
어쨋든 나는 '돈도 있는 사람이 왜그러나..' 정도의 생각만 들었고
나쁜사람 처럼 보이진 않았다.
우릴 처음에 태울때 만큼은
'같은방향이니 일단 태워주자'
라고 생각했을 테니까.
자이뿌르에 도착한 우리는 릭샤를 잡아타고 기차역 부근으로 갔다
그리고 역에 도착해 호텔밀집구역으로 가자
여기저기 호객행위를 하는 사람들과 싼 호텔들이 생각보다 많았다.
우리는 호객꾼 꼬마를 따라 세븐스타호텔 이라는 곳에 가게 되었고
주변에 비해 방도 깨끗한데 가격은 저렴했다 (2인실 500루피)
날이 추운 비수기라 주변 호텔들과 경쟁이 치열해서 꼬마 한명이
가격을 계속 깎으며 자기호텔로 오라고 했었고
우리 둘만 있었다면 400루피에도 잡을 수 있어 보였는데
저가여행은 잘하지만 방 잡는건 잘 못하는 샘의 말실수로
우린 하루 500루피에 묵게 되었다 ㅋㅋ
그래도 가격대비 완전 괜찮은 곳.
세븐스타 호텔 더블룸
바닥에 매트리스 추가 받음.
방을 잡고 나온 우리는 근처의 식당 중 하나에 들어가 저녁을 먹었다
탈리
사진에 웬 손이...ㅋㅋ ( 탈리 1인당 60루피=1000원 )
아무데나 들어간 식당이었지만
식사 중에 벽에서 엄지손가락보다 큰 바퀴벌레가 나와서 입맛을 떨어뜨린걸 빼면
음식은 괜찮았던 것 같다
그리고 사람들이 북적거리는 탈리집 하나 없던 조드뿌르에 비하면
이 부근에는 로컬식당이 엄청 많아서 밥 걱정은 할 필요가 없을 것 같았다.
우린 결국
히치하이킹 만으로 뭄바이에서 자이뿌르까지 오게 되었고
그게 뿌듯하지만 샘과는 이별할때가 온 것 이었다.
원래 우리는 뭄바이에서 우다이뿌르로, 샘은 뭄바이에서 자이살메르로 가는게 계획이었지만
히치하이킹으로 계속 올라오다보니 결국 여기까지 함께 오게 되었고
조드뿌르에서 자이살메르로 가려고 했던 샘도
막상 조드뿌르에 도착하고 나니 도저히 추워서 안되겠다며 우리와 함께
자이뿌르로 오게 된 거였다.
북인도가 아닌이상 추워봤자 영국이나 우리나라의 겨울보다는 따뜻하지만
난방시설이 거의 없고 야외활동이 많은 우리에겐 이 정도의 추위도 너무 스트레스였다.
그리고 우리는 앞으로의 여행 계획도 바꾸게 되었다.
인도 다음 목적지인 중동과 유럽에서 기존에 갖고 있던 계획처럼
후지고 비싼 게스트하우스에서 자면서, 버스나 기차를 보름치, 한달치 예약해
바쁘게 관광지나 찍고 다니는게
우리가 하고 싶었던 여행은 아니었으니까.
차라리 그거보다는 텐트로 캠핑을 하면서 원하는 곳에서 자고
일정에 크게 구애받지 않는게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그렇게 하면 여행이 훨씬 힘들어 질것이고
우리계획인 1~2년(대략 500일)동안 방문할 수 있는 국가나 지역도
줄어들 수 있겠지만 의미없는 이동만으로 나라만 많이 찍는 것 보단
히치하이킹을 하면서 여러 사람들을 만나고
캠핑으로 중소도시에서도 부담없이 묵을 수 있다는것이
여행의 질 자체를 높여줄거란 확신이 들었다.
겨울인 지금 유럽에서 캠핑을 할 순 없고 아프리카에 먼저 가면 루트가 꼬이기 때문에
우린 다른나라에 가서 겨울을 나기로 했다.
한국으로 들어가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
우리의 계획에 있어서 여행도중 한국에 들어간다는건 완주 실패 이기도 하고
모든게 처음으로 리셋되는거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필리핀 세부에 가서 두 달동안 지내기로 했다.
필리핀은 우리가 이미 잘 아는곳이기도 하고, 물가도 싸고, 영어가 쉽게 통용되는곳이다.
그만큼 캠핑여행 전 재정비하기도 한국 다음으로 좋은 곳이란 생각이 들었고
겨울을 나기엔 더없이 좋은곳이다 ㅋㅋ
어쨋든 우린 세부행 티켓을 샀고
첸나이 발 이기때문에 다시 첸나이까지 가야한다.
이미 너무 위쪽으로 올라온 탓에 길을 따라 되돌아 내려갈 순 없어서
내일은 일단 동쪽(바라나시, 콜카타) 방면 기차를 알아본 뒤 첸나이에 가까이 이동하기로 했다
우리 선택이 잘한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이미 티켓을 산 이상
두달 뒤면 무조건 캠핑을 해야한다 ㅋㅋ
일단은 빨리 따뜻한곳으로 가고싶다는 생각 뿐이었다.
그리고 샘은 계획이 없었다.
그냥 추위에 지치고 인도사람들에 지쳐서 너무 스트레스를 받는다고만 했다.
우린 내일 표를 살거라는 말에 자기는 그저 계획이 없단 말만 반복하는걸로 보아서
이번에도 우리를 따라 올 것 같았다.
오늘의 지출
휴지, 샴푸 95루피
아이스크림 50루피
저녁 180루피 - 식사 60x3
아침 127루피 - 스위트, 콜라 등등
음료 92루피
숙박비 350루피 - 세븐스타 호텔 더블룸 500루피 중 2명 몫
총 1244루피 ( 1인당 622루피 = 10780 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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